빅토리의 뉴욕생활

미국인턴생활 1년의 기록 #2 – 첫째 날

미국인턴생활 1년의 기록 #2 – 첫째 날

1. 입국하며

출국이 급작스럽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당장에 시급한 건 도착 후 머물 곳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뉴욕,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은 헤이코리안 내에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다.

맨하탄에서 생활할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부터 지하철로 1시간 이내에 있는 몇몇 지역을 찍어두었다.

헤이코리안에서 매물을 보면 대체로 유학생들 기준으로 학기가 끝날 시점에 방이 많이 나오고, 시작할 때 공급이 적은 편이다.

써니사이드와 우드사이드를 찍어놨는데 매물이 별로 없었고, 괜찮다고 생각되는 집주인에게 환승공항에 도착해서야 이메일을 보냈다.

어느 정도로 급했냐면, 뉴욕 내 JFK공항 도착시간이 오후 11시였는데, 당장에 머물 숙소조차 정해지지 않아 공항 와이파이로 부랴부랴 정했다.

나름 준비한다고 T-mobile 심카드까지 미리 사갔고, JFK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인택시에게 전화했는데, 미리 예약을 안해서 지금은 못간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더 심각했던 건 JFK공항에 내리면 흔히 생각하는 인천공항 입국장처럼 라운지 따위가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벤치 하나 없는 실내와 문 밖의 도로가 나를 반긴다.

알고있는 한인택시 번호는 하나였고, 숙소는 전화를 받지 않고, 나가는 데 어떤 중동남자 한 명이 나한테 바짝 달라붙으며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정말 아무 영문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내 캐리어를 자기가 끌어준다며 질질 끌고갔다.

택시 호객이겠거니 했는데, 안 따라가면 짐을 들고 도망가버릴 기세로 맹렬히 걷길래 일단은 가격이나 들어보자고 따라갔다.

주차장에 주차된 자기 차 트렁크까지 열고 나서야 가격을 알려줬는데, 무려 $120을 불렀다.

나는 뭐 말도 안된다고 안탄다고 했더니 지금 우버가 얼만지 아느냐며 우버가격을 보여줬는데 $150정도가 찍혀있었다.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스크린샷을 찍어서 조작한 화면인 것 같다. 고작 JFK에서 그 맑은 날에 퀸즈까지 $150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자꾸 흥정을 바라는 눈치였는데 내 예산을 훨씬 초과했기에 내 짐을 들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숙소와 연락이 되어 다른 한인택시 번호를 받았고,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탑승할 수 있었다.

팁을 포함해 거의 $50 정도가 나왔는데, 뭔가 굉장한 은혜를 입은 기분이었다.

숙소는 굉장히 저렴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한참 지난 약 1시 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있었고, 싼 가격대가 수긍이 될만한 열악한 실내를 자랑했다. 다행히 동네자체는 안전한 편이었고, 24시간 마트가 있어서 늦은 시간에도 간식을 사다 먹을 수 있었다.

시차적응이 덜 된 탓인지 새벽 두시에 잤는데 여덟시가 못되어 일어났다. 내가 뉴욕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집을 보러 다닐 순 없어서 장을 살짝 봐서 아침을 때우고, 뉴욕 가이드북을 챙겨서 지하철을 타러갔다.

악명높은 그 지하철을 직접 타러가는구나. 떨리기도 하고, 타임스퀘어를 갈 생각에 두근두근하기도 했다.

뉴욕의 지하철은 한국과 달리 상행, 하행 출입구가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읽어서 표지판을 두번, 세번 읽고 들어갔다.

숙소를 뉴저지로 고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MTA패스를 1주일권으로 구입했다.

생각보다 한인들이 여럿 보였다. 그런 느낌이 있다. 한국사람은 외국에 나가도 입을 열지 않아도 딱 티가 난다.

생각보다 완전 외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다소 마음이 놓였고, 타임스퀘어까지는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실 낮에 보는 타임스퀘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진 않았다. 물론 야경은 1순위로 꼽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뉴저지에 있는 집주인과 연락이 되어있어서 Port Authority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탔다.

한국버스와는 달리 뉴욕, 뉴저지 모두 버스가 그닥 친절한 편이 아니다. 정류장을 일일이 불러주지도 않기 때문에 구글맵만 보면서 내릴 곳을 찾았다.

내릴 때도 벨이 아니라 노란 끈같은 것을 눌러야 하고, 문도 내가 터치해야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유심히 쳐다봤다.

집을 둘러보고 한달 렌트를 물어봤는데 내가 생각해놨던 $700보다 약 200불 정도가 높았고, 뉴저지에 살게 되면 교통패스도 추가로 구입을 해야해서 아쉽지만 다른 집을 보러갔다. 아마 허드슨 강이 가까이 있는 좋은 동네라서 그랬던 것 같다.

가까운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로 대강 한끼를 때우고 다시 퀸즈로 향했다. 이번엔 숙소 근처에 있는 우드사이드로 갔다.

뉴저지에 있는 집보다 훨씬 낡아보였지만, 방이 넓고, 렌트도 저렴하고, 초역세권이라 그냥 5분 만에 계약해버렸다.

그렇게 1년 간 살 집이 결정되었다. 한인마트와 역이 5분 거리에 있었고, 맨하탄까지 30분이면 나갈 수 있는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집을 구해야 되는데 어떤 기준으로 구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 포스트를 참조하자.

집주인들과 연락을 하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까지 하루가 채 안걸렸다. 운이 좋았다. (모든 집이 이렇게 구해지진 않는다)

숙소와도 가까워서 택시를 타고 짐을 다 옮겼다. 근처 햄버거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열시 쯤 잠들었다.

바로 다음날이 월요일이었고, 내 첫출근날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