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의 뉴욕생활

귀국 후 근황


미국에서 귀국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사실 욕심 넘치게 귀국 후 바로 졸업을 해서 뭔가 할 게 많을 것 같았는데 정작 그렇게 열심히 보내질 못하고 있다.

첫 달은 그러려니 넘어갔는데 남아있는 통장 잔고를 보니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한가지 건진 건 1년 간의 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영어실력이다.

이력서를 내려면 일단 토익점수는 있어야 하고 이미 마지막에 본 토익이 만료되어서 해커스1000제를 RC, LC 사다가 같이 풀었다.

그게 3월 초의 일인데, 막상 집에서 논다고 공부를 한다는 사실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입증했다.

결국 26일 시험을 한 주도 안 남기고 벼락치기 하면서 모의고사 5회분을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토익이 신유형으로 바뀐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막상 RC에서 문장 끼워 넣기가 나와 굉장히 성가셨다. 수능 볼 때도 상당히 날 괴롭혔던 유형 중 하나였는데 다행히 수능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 어떻게든 900은 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성적표를 보니 두 개 틀렸다.

다시없을 행운의 점수와 함께 앞으로 적어도 2년은 토익 면제라는 생각이 기분이 몹시 좋다.
토익이 끝나자마자 후배랑 오픽을 시작했다.

미국에 가기 전 토스를 하다가 된통 당했던 경험도 있고, 주어진 템플릿만을 외워가는 게 전혀 내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미국에서 배운 영어도 별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과감히 오픽으로 골랐다.

약 2주 정도 스타벅스에서 만나 같이 준비했는데, 사실 같이 있는 시간에 스탑워치 맞춰가면서 한 것 빼고는 별로 복습을 못했다.

이것도 시험 전날 조금 빡세게 미리 준비해 갈 부분만 짚고 넘어갔다.

뉴욕 생활은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오픽을 준비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내가 원하는 만큼은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레벨은 내가 잘 안다.  비즈니스 회화까지는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일상회화에 있어서는(오픽시험이 주로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각한 만큼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영광은 나와 하루 세 시간씩 통화하는 나의 여자친구에게 돌린다.

이틀 뒤면 결과가 나올 텐데,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겠다. 사실 질문을 제대로 못 듣고 내 멋대로 떠든 문제도 몇 개 있는데, 거의 빈틈없이 무언가를 떠들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다.

+

3월달에 돈 좀 벌어보려고 알바몬을 뒤지다가 영어스터디의 리더가 되어주실 분! 이라는 광고에 혹해 스터디서치라는 곳에 리더로 지원하게 되었다. 정작 지원서를 써놓고 처음 들어가 봤는데, 교포들도 많고 미국에 어렸을 때 다녀온 사람들이나 유학파들이 많아서 인터뷰도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인터뷰를 좀 괜찮게 본 것 같고, 4월부터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 두 클래스, 12명의 사람들을 가르치며 드는 생각이, 아 생각보다 영어말하기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은 편이고, 토익 등의 영어성적과는 별개로 영어회화 자체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본의(?)인지 본의 아닌지 2011년부터 쭉 교육계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해오고 있다.

2011년 첫 수학과외를 맡은 이후로 수학, 영어를 초,중,고등학생에게 가르쳤고, 출국 1주일 전까지 수학을 가르치다가 미국에서는 수학 앱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자마자 또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파트타임이긴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어찌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그 규모가 크고, 영어, 수학이라는 과목에 굉장히 혈안이 되어있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대단한, 혹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면 왜 우리가 남의 언어에 그렇게 목 매야 하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더 이상 한국말만 할 줄 알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소위 글로벌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슨 언어든 익혀두면 충분한 이점이 있고,  그중 쓰임새로 최상위를 차지하는 영어, 중국어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것 같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