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의 뉴욕생활

회고


잠을 못자서 아예 작정하고 일찍 출근을 하고있다.
생각보다 수확이 많은 새벽이었다. 보통은 열정만 넘치다가 아침에 깨면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상태로 하루를 맞이하곤 했는데 조금은 달랐다.
오랜만에 느낀 여유로운 아침은 처음 도착한 날을 떠올리게 했다.

늦겨울 녹아내린 눈으로 별로 춥진 않았고, 시끄러운 기차소리에 일곱시쯤 깨어나 처음으로 뉴욕에서의 하루를 준비했다.
타임스퀘어까지 가는 길을 몰라 열심히 구글맵을 살펴보곤 했다. 처음 출근했던 회사는 어땠던가.

행아웃을 통한 미팅조차 낯설어 모든 것이 내세상 같았던 그 젊었던 마음이 고작 7개월 새 이렇게 늙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항상 100%인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너무도 빠르게 적응한 나머지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만 둔 영어공부, 쉬는 날이 되어버린 주말, 아침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만 체크하며 걷게되는 아침 출근길까지.

오랜만에 걸어본 여유로운 아침길은 다시 한번 새로웠다.
짧았던 하루해가 어느덧 여덟시까지 밝은 하루가 되어있었고, 그렇게 나의 뉴욕에서의 첫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더위에 불평만 늘어놓을 줄 알았지, 계절의 변화를 즐길 여유는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게 된 탓일까. 출퇴근길의 바깥풍경이 즐거워 계속해서 내다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친해진 룸메형과 이리저리 쏘다녔던 그때가 벌써 다섯달 전이다.

그동안 나는 여자친구가 생겼고 형은 회사를 옮겼다.

날 잘 도와줬던 직원은 샌프란시스코로 갔고, 날 외롭게 했던 전여자친구는 귀국을 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말로. 열정이 식었던 것 같기도하다.

단지 영어만 배우면 될 거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바로잡아서 새로운 6개월을 보내고싶다.

잠을 줄일 필요 없이, 사실 깨어있는 동안의 밀도를 높이면 되는 거였는데, 왜 이렇게 다시 나태해진걸까.
새로웠던 요리도, 나름의 출사도 전부 다시 한 번 시작해봐야겠다.
다시 일찍일어나는 연습을 하자. 다만 일찍 자는 습관을 잊지 않는것도 중요!